5월 17일,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현재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신 백영훈 박사의 특강이 있었다. 역사의 산 증인들을 모시고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번 특강은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반성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하였다.

온갖 역경을 딛고 우리나라 산업화의 근간을 다진 백영훈 박사의 강의는 감동 그 자체였다. 특히, 독일에서 상업차관을 얻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우리나라 경제학 박사 1호로서, 독일에서 유학했다는 이유로 대표단이 되어 떠났지만 차관을 얻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매일 밤잠을 설치며 연구하고 눈물로 호소한 끝에 3천만 달러의 차관을 받기로 했지만, 이를 보증해 줄 은행이 없어 또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독일 정부가 제안하여 5,000명의 광부와 2,000명의 간호사를 파견하는 조건으로 극적인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 우리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 덕분에 오늘의 풍요로움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 특강은 일선에서 외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나에게 많은 감동과 교훈을 주었다. 우리 외교관들이 현지어를 훌륭히 구사할 줄 알아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이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은 단지 ‘놀라운 일’이 아니라, 조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밑바탕이 된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공직 선배로서 공직자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덕목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실 때는 존경과 경애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백영훈 박사는 그간 우리 공직자들이 우리나라의 발전과 번영에 큰 기여와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더욱 마음을 가다듬고 겸허한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또 한번 마음을 굳게 먹는 순간이었다.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뜨거운 열정으로 과거의 경험을 쏟아내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아직도 할 일은 많이 있고, 나라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인생의 선배, 공직의 선배를 통해 새삼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