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과천행이 아닌 동인천행 전철을 탔다. 주안 수출 5공단에 위치한 서울엔지니어링으로의 출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분들과의 일주일이 기대되는 한편, 앞으로의 낯선 일들에 대해 걱정되기도 했다.

(주)서울엔지니어링은 제철소의 고로, 전로 및 압연 설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이다. 순동을 용해 후 주조하여 부품 소재를 생산하는 전형적인 3D 업종이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여 현재 수출 비중이 65%를 넘는다. 처음 보고 듣는 부품과 공구들의 이름 때문에 오전의 회사소개 시간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오후의 현장 체험을 시작으로 우리는 서울엔지니어링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점심식사 후 안전교육을 받고, 각 작업 담당자분을 멘토로 하여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우리는 팀을 나누어 최종검사반과 주조반에 배치되었다. 특히 주조반의 이경훈 사무관은 생산공정에서 아주 중요한 중자 만들기 작업에 투입됐다. 처음 한 시간동안은 참기 힘들다는 생각이 앞섰다. 단순반복되는 일, 열악한 환경, 그리고 무더운 날 마스크까지 껴야하는 복장…. 하지만 ‘바로 옆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같은 조건에서 같은 일을 매일 몇 시간씩 쉬지 않고 하시는구나‘ 생각하니 그런 내색을 할 수 없었다. 한편 정현정, 김효선 사무관은 QA(최종검사반)에서 고로의 열을 식히기 위하여 삽입되는 냉각판의 최종 검사를 담당했다. 1mm의 오차가 거대한 고로를 멈추게 할 수 있고 이는 생산라인 가동을 모두 멈추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 검사는 엄숙하리만큼 꼼꼼히 이루어졌다. 어렵지 않은 작업이지만 반나절 내내 서서 기록해야 했기 때문에 앉아서 수업만 듣던 우리들은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다음날 정현정,김효선 사무관은 오전, 오후 내내 전날 배운 작업을 했고, 첫날과 달리 어느 정도 익숙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한편, 이경훈 사무관은 란스의 중자를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두 시간이나 넘게 걸려서 3개를 만들었지만 미숙한 실력 때문에 모두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네 번만에 처음으로 쓸 수 있는 중자를 만들었다.

셋째 날, 우리는 좀더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폭우를 뚫고 우리 세 사람은 ‘포스코-서울엔지니어링-선일기공‘으로 연결된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 날 방문한 서울엔지니어링의 도급업체인 선일기공의 경우, 2차 도급업체까지 이르는 동반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생산성 혁신 파트너십 컨설팅이 지식경제부와 대기업 주체로 시작되고 있었다.

과거에는 중소기업 지원이 대기업의 1차 도급업체에만 한정되었는데 반해, 이제는 1차 도급업체와 거래관계에 있는 2차 도급업체까지 정책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선일기공 사장님은 이러한 정책이 지속되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대기업, 중소기업, 그 하도급업체의 관계와 이런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는 정책 현장을 체험하면서 우리는 책상에서 얻은 지식 못지않은 큰 배움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별다른 정보 없이 들어온 서울엔지니어링에서 만 3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품질관리 상무님의 말씀처럼 어느 새 서울 엔지니어링의 직원이 되 버린 듯 하고 해외 오지에 나가 당장이라도 회사를 홍보하고 서울엔지니어링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애착도 생겼다.

하지만 서울엔지니어링에서의 즐거운 기억과 동시에 현재 한국 중소기업체들이 가진 애환과 정부가 지원해야할 사안에 대해서는 마냥 즐거운 마음일 수 없다. 서울엔지니어링 제2공장 증축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인허가 관련한 전문 법률팀이 없는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지자체나 정부에서 행정관련 법률 서비스 지원을 돕거나, 현장을 꼭 확인하는 절차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안내해 주신 담당 부장님께서도 거듭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무관이 되어줄 것을 부탁하셨다. 현장중심 행정가가 되어야 한다는 각오를 다시 새겨본다.